“30년 한 우물만 파더니”… K-유산균, 콧대 높은 유럽 뚫고 혁신신약까지 ‘무한 증식’
- Cell Biotech Korea
- 3월 26일
- 4분 분량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이다. 30년이면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서 수출 1위를 달성하며 ‘K-유산균’의 저력을 보여줬던 쎌바이오텍이 한국산 유산균을 활용한 대장암 신약 후보물질 ‘PP-P8’ 임상 1상에 착수하며 또 한 번 혁신에 나선다. 30년간 ‘한국산 유산균’ 한 우물을 판 뚝심이 만들어 낸 결과다.
이현용 쎌바이오텍 공장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쎌바이오텍은 지난 30년간 특유의 뚝심, 지칠 줄 모르는 연구와 신뢰를 바탕으로 K-유산균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며 “대장암 신약을 포함한 유산균을 활용한 다양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개선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쎌바이오텍의 ‘심장부’인 발효실에 들어서니 뭉근하고 고소한 냄새가 맞이했다. 균을 배양하는 배양액에서 나오는 향이다. 김치, 젓갈 등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과 모유 수유한 건강한 한국인 신생아 분변에서 분리해 한국인의 장 환경에 최적화된 균주들이 24시간 배양되고 있었다.
쎌바이오텍 근무 20년 차 최선구 발효팀장은 현미경으로 확대한 균주를 모니터링하고 “보다 보면 내 눈에 특히 예쁜 균들이 있다”며 “예쁜 균들을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늘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산균을 배양하고 난 배양액은 비료로도 활용된다.
![]() |
쎌바이오텍이 자체 개발한 ‘CBT 유산균’ 제품에는 균주배합 비율이 표기돼있다. 김포=최은지 기자. |
식약처가 인정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종류는 총 19종이다. 한번쯤은 들어본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도박테리움’ 등이 그것이다. 다만 이는 단순한 생물학적 분류일 뿐이다. 유산균은 균주에 따라 일종의 고유한 이름인 ‘스트레인 넘버’를 붙이는데, 쎌바이오텍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한국산 균주 ‘CBT 유산균’을 보유하고 있다.
종주국 덴마크도 사로잡은 ‘K-유산균’…비결은 마늘 먹고 자란 ‘생존력’
쎌바이오텍의 유산균 제품에는 균주배합량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자신감이자, 자부심이다. 이 공장장은 “우리는 유산균의 이름과 기원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이 어떤 균주를 섭취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16명의 박사와 47명의 미생물 전문가가 CBT 유산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기원, 배합, 성장 속도를 고려해 최적의 유산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쎌바이오텍은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 연구원을 지내던 정명준 대표가 유산균 선진국인 덴마크에서 박사과정을 지내며 그 가능성을 보고 1995년 설립한 회사다. 창립 9개월 만에 국내 최초이자 덴마크,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5번째로 유산균 대량생산에 성공하며 ‘한국산 유산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수입에만 의존하던 유산균을 ‘국내 기업이 직접 생산한 한국산 유산균’으로 자립하며 역수출의 포문을 연 순간이었다.
이 공장장은 “1995년 창립 후 IMF가 오면서 첫 번째 위기가 왔지만 오히려 공장을 증설하고 연구에 투자했다”며 “지붕없는 천막에서 연구소와 발효동만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공장장은 공채 2기로 쎌바이오텍에 입사, 28년간 회사의 성장 과정을 함께한 살아있는 전설이기도 하다.
우리가 먹은 유산균은 몸속에서 두 차례의 위기를 맞는다. 식도를 지난 유산균이 위에 도달하면 강한 산성에 의해 대부분이 죽는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유산균은 담즙에 도달할 때 담즙산에 의해 또다시 대부분이 죽는다. 섭취하는 유산균의 90% 이상이 소화 과정에서 죽는다. 따라서 유산균은 ‘살아서 장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유산균은 내산성, 내담즙성, 장도착성, 장정착성 등 4가지 기능이 포인트다.
‘유산균을 살려라’라는 특명을 위해서는 코팅 기술이 중요하다. 너무 강하게 코팅을 하면 장에서 활동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밖으로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쎌바이오텍은 2001년 세계 최초로 ‘듀얼코팅’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유산균을 단백질과 다당류로 두 번 코팅해 100배 이상 높은 장내 생존이 가능하게 한 기술이다. 장에 도달하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잘 풀리는 기능은 물론이다.
이 공장장은 “유산균에 관해서는 모든 것이 최초”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상위 안전성을 인증하는 ‘안전원료(FDA GRAS)’에 등재된 쎌바이오텍의 한국산 유산균은 11종으로, 세계 최다 보유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11년 연속 세계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초창기부터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을 공략해 현재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K-유산균’의 힘이다.
이 공장장은 K-유산균이 콧대 높은 유럽은 물론 동남아 등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해 “‘한국산 유산균’은 장 끝까지 살아가는 생존력을 지닌 초강력 유산균이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그는 “마늘, 고추, 생강 등 향균성이 강한 향신료를 섭취하는 한국인의 몸속에서 수백 년간 적응하며 살아남은 유산균이 바로 ‘한국산 유산균’”이라며 “실제 연구에 따르면 외국에서 유래된 유산균은 마늘과 고추같은 향신료에 노출됐을 때 사멸하는 반면, 한국인 유래 유산균은 강한 생장성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 |
변종선 쎌바이오텍 임상개발팀장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 팀장은 대장암 신약 후보물질 ‘PP-P8’ 임상을 이끌고 있다. 김포=최은지 기자. |
장 건강 위해 먹던 유산균, 대장암 치료제로도…유산균의 ‘변신’
우리가 장 건강을 위해 섭취하던 유산균은 이제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이 이뤄지며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의 CBT 유산균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경구용 유전자 치료제 ‘PP-P8’은 올해 임상 1상에 진입했다.
변종선 임상개발팀장은 “PP-P8은 듀오락 특허 유산균 ‘CBT-LR5’에서 유래한 항암 단백질 ‘P8’을 대량 생산하는 ‘CBT-SL4’ 기반의 형질전환 유산균”이라며 “혁신적인 유전자 조작 기술을 통해 대장암 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 단백질을 자연 상태보다 100배 이상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유산균 유전자를 재조합해 항암제로 개발하는 것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기술이다. CBT 유산균에서 항암 효과를 보이는 치료 물질을 발견했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생물학적 구성 요소를 조정하는 ‘합성생물학’ 기술을 적용했다.
변 팀장은 “동물실험, 단백질 분리 및 정제, 유전자 조작, 균체 이식, 세포 실험, 발효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총동원하여 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합성생물학의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임상시험에 필요한 모든 시약은 쎌바이오텍의 생물학적 제재 의약품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신약 및 임상용 시약을 생산할 수 있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국내에서는 쎌바이오텍과 종근당바이오가 꼽힌다.
변 팀장은 “연구에 따르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 기능, 정신 건강, 대사 질환, 자가면역 질환, 비만, 관절 건강 등 다양한 질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며 “유산균의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여러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쎌바이오텍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글로벌 바이오파마 혁신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2025년 바이오의약품 기업으로 도약하고, 2055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쎌바이오텍 제공] |
PP-P8은 유산균에서 유래한 천연 의약품으로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이 없고 효율적으로 암세포의 성장만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는 기존 항암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구용 제제는 환자의 복용 편리성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P-P8’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지만 첫 환자 투약은 지난 2월로, 11개월이 걸렸다. 식약처 IND 승인 이후 서울대병원과 환자 선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병용금기약물을 조정하는 등의 프로토콜 변경 과정이 있었다.
변 팀장은 “변경 사항 중 하나는 환자에게 항생제 투여 여부였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특성상, 항생제가 유산균의 생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환자의 안전성과 윤리적 문제를 고려하여 시험자의 판단에 따라 치료 목적의 항생제 투여를 일부 허용하는 등 세부적인 논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유산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향후 다양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산균 약물전달시스템(DDS)’ 플랫폼 기술은 특정 DNA가 담긴 테이프를 ‘유산균’이라는 플레이어에 삽입하면, 해당 DNA에 저장된 음악(치료 물질)이 재생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당뇨 및 비만 치료제 등 다양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